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한 뚝배기가 그립다. 이럴 때 서산지역에서는 먹는 음식이 따로 있다.
소금에 살짝 절인 배추와 무를 숭덩숭덩 썰어서 게장을 담갔던 간장과 게의 일종인 박하지, 능쟁이, 황발이 등을 다져 넣거나 황석어젓이나 밴댕이젓 등을 넣어 삭힌 겟국지가 그것이다.
‘겟국지’라는 말이 사투리이다 보니 지역에서는 게국지, 갯국지, 깨꾹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데 ‘게 또는 바다에서 나오는 것의 국물을 넣어 만든 김치’라고 풀이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배추나 무의 시래기마저도 아깝던 그 시절,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갖은 재료들을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뒀다가 간이 적당히 배면 ‘투가리(투거리)’라고 불리는 뚝배기에 담아 끓여 내는 것이 바로 겟국지.
조금 심한 말로, 서산지역에서는 밥상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안 올라와도 겟국지는 빠지지 않는다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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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에 게장을 담갔던 간장과 박하지, 능쟁이 등을 다져 넣거나 황성어젓 등을 넣어 삭힌것이 서산의 겟국지이다. |
게나 게장 국물을 넣으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젓갈을 넣어 담그면 구수하니 칼칼하다. 때로는 늙은 호박이나 생새우를 넣어 색다른 맛을 내기도 한다.
들어가는 재료가 이렇다보니 먹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 자칫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이나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 담갔을 때 바로 먹으면 말랑말랑하고 연하지만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올라 익은 후 먹으면 특유의 겟국냄새와 어우러진 짭짜름한 맛이 식욕을 돋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방금 지은 밥 한 숟가락을 불에 살짝 구은 김에 얹고 그 위에 겟국지를 똬리를 틀어 올려서 싸서 먹는 방법이 서산식으로 겟국지를 맛있게 먹는 법이다.
처음 겟국지를 대하게 되면 ‘이게 다야?’하고 실망스러워 할지도 모르지만, 먹다 보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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